Jannach and Korb,
German for Reading Knowledge
아마 2007년 여름이었을 것이다.
Kaff는 다니던 대학의 인문학부 졸업요건 중 하나로 외국어 6학점을 취득해야 했고, 이미 프랑스어 1학기분(3학점)을 들었으나 머저리같은 연극놀이나 되먹잖은 회화표현 따위로 시간을 끌며 진도를 늦추는 "현대적" 교수법에 진저리를 치고 때려친 이후였다. 그러다 여름학기에 제공된 6학점짜리 "Reading German" 수업소개를 읽어보니 한마디로 빡세게 여름동안 공부해서 사전 펴고 원서를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실력을 기르는 걸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총 수강생은 아마 Kaff를 포함해 8명이었던 것 같다. 여자 3명과 남자 5명. 약간 나이든 대학원생 남자 하나와 소극적인 여학생 하나가 있었고, 자기들끼리만 어울리는 남학생 둘이 있었으며, 좀 과묵한 남학생 하나, 그리고 쉬는시간에
Kaff와 불피우러 나가는 여학생 둘이 있었다. 교수는 독일에서 독문학을 전공한 영국인이었다. 지금은 전부 이름도 기억이 안 나는데, 반 사이즈가 작았기 때문도 있겠지만 수업 내용면에서 그만큼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그나마라도 기억하는 것 같다. 주 5일 3시간, 아마 1달 반정도였으니까 6주정도 진행했던 것 같고, 사용한 교재는 바로 Jannach이었다.
아마존 링크의 가격을 보면 알겠지만 겨우 328쪽밖에 안 되는 페이퍼백 주제에 더럽게 비싸고, 서평을 쓴 사람들도 하나같이 빡세다고 욕하거나 경고하는 책이다. 아마 나도 이게 교재가 아니었으면 감히 살 생각을 못 했을 거다. (일단 다른 무엇보다 가격 때문에)
책의 구성은 지극히 단순하다. 30과로 나눠져 있고, 각 과는 문법, 단문해석, 장문해석으로 나뉜다. 단어리스트가 있기는 하지만 불충분하기 때문에 사전을 찾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5과마다 중간복습으로 장문해석이 추가로 들어가 있다. 단순하고 새로울 게 없는 구성이지만 그렇게 단순한 구성인 교재일수록 아무렇게나 쓰여지면 바로 전체의 흐름이 망가진다. 요즘 나오는 화려한 멀티미디어 따위보다 저자의 해당 언어에 대한 이해도와 전달 능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책 제목이 보여주듯 이 책은 "Reading Knowledge", 즉 독해력을 만들기 위해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문법과 읽기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독일어로 논문을 읽어야 하는 대학원생들이 주 타겟인 걸로 보이고, 그러다 보니 Entwicklungsbiologie (발달생물학) 따위 단어가 2과에 등장하기도 한다. (-_-) 전체적으로 과학, 예술, 역사 등 꽤 넓은 방면의 어휘력을 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교양있는 학습자라면 독일어 첫걸음 교재의 처음 5과 내에서 Überschallgeschwindigkeit (초음속), Schaltjahr (윤년), Überflutungsgebiet (침수지역), Universalstimmrecht (보편선거권), Niederschlagsmenge (강수량)같은 단어가 나온다고 불평하면 안 되는 거다. 학생들은 이런 것들이 나올 때마다 찾아보고, 해석하고, 그리고 잊어버렸다.
책의 페이스는 상당히 가파르다. 게다가 단어마저도 불친절하고, 챕터마다 암기용으로 주어지는 단어 리스트도 불완전하기 때문에 옆에서 누가 설명해주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들게 되어 있다 보니 독일어를 처음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쉽게 권하기 힘들다. (특히 외국어를 딱히 열심히 공부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빠른 시간내에 "복습"용으로는 이런 군더더기 없는 교재가 더 적합하다.
Kaff는 2007년 여름을 이 책과 보내놓고는 2007년 후반기를 엉뚱하게 일본어를 공부하며 보냈고, 2008년 여름에 다른 교재로 "독일어 읽기 2"를 들었지만 Jannach의 포스가 워낙 강렬했던 탓에 2년차 독일어 수업에 대해선 별다른 기억이 없다. 옛날 독서기록을 보니 08년 말엔 결국 번역본과 대조하며 원서를 몇 권 읽어내는 정도로까진 발전한 것 같지만 09년 이후 목록에 독일어가 거의 없는 걸 보니 방치해 둔 모양이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인가 싶다. -- 2012.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