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ama Diary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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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2.5.15일 스마트 폰

무언가를 시도한 후 후회하게 되는데, 이것은 나이탓일까, 아니면 성격 탓일까?
아마 두가지 다 일것이다. 아니 더 있을 수도 있겠다.

나이탓은 무언가를 시도 한 후 적응해야 하는 성가심에서 오는 후회이기도 할 것이고, 성격탓은 실패를 절감하는 순간 그것을 자기탓으로 돌리는 것 때문이리라. 그러나 인생이라는게 아니 산다는게 누군가 말했듯이 실패의 연속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나이라는 놈이 그 실패를 못 견뎌하는데. 그래 가지고서는 점점 외골로 좁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스마트 폰을 수없이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하다 막상 받았는데, 좀 성가셨다. 폰이 이미 오래 된 것을 보내와서 거절하자 다른 것을 보내오는 등. 왜 갑자기 성가신 일을 또 벌렸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되다. 전에 것이 훨씬 편하고 분명했는데, 이것은 도무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고 문자를 확인하는 것도 통화를 확인하는 것도 믿어지지않아 몇번씩 확인하고 그래야 하니. 분수에 맞지 않은 과욕을 부린 듯한 생각을 하게 된다. 요금이 처음말 같지않게 2배로 나오니 더욱. 그러나 전화기가 마음에 드는데, 인터넷은 되지 않는다. 새벽에는 되었는데,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고 그러는데, 당분간 잊기로 하다.
뭐 나이들었지만 나도 한번 그런것을 써보지. 전화기가 마음에 들었으니 되었다. 사실 어차피 전화에 목메는 것은 아니니 악세사리 정도로 생각하기로.

요즈음 자주 나이 들었음을 실감하는데, 죽기전에 혹은 더 나이들기 전에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가져도 보기로 하자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실수건 실패건 자신에게 많이 너그러워 보자고...

저도 최근에야 스마트폰을 장만했는데요. 왠지 내키지 않아 제 라인은 그대로 두고 엄마가 쓰시던 추가 라인 전화기를 바꿨거든요. 스마트폰이 생기니까 무엇보다 좋은 것은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랑 카톡으로 실시간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거에요. 아드님이 미국에 계시지요? 익숙해지시면 좋아하실 거 같은데요 :) --브로카

카톡(Kakao Talk)은 문자와도 같은 것인데, 무료로 메세지를 주고 받을 수도 있고, 여럿이서 같이 대화를 할 수도 있는것입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한국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카톡을 씁니다. 저도 쓰다가 지금은 안쓰고 있어요. 기다림에서 오는 즐거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메일도 일주일 정도후에 답장을 합니다. 제안에 뭔가를 가지고 있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제 사촌중에 얼마전에 간호사가 된 아이가 있어요. 그 어머니와 딸의 대화내용이 재미있어서 이곳에 옮겨봅니다. 아마 카톡을 배우신다면 이런 대화가 가능하겠지요. -- Kang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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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12.4.19 박찬호

작년에 주병진이 토크쇼를 열면서 첫 게스트로 박찬호를 초대했던가 보다. 오늘 우연히도 쿡 TV에서 박찬호라는 이름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렇지않아도 궁금했던 것이 있어 보게 되었다. 그는 사회자가 마무리 하면서 '왜 야구를 하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야구를 하면서 계속 배우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사람들은 제게 말합니다. 다 이루었는데 왜 지금도 야구를 하느냐고. 저는 살기 위해서 합니다. 야구를 하지않는 자신의 삶을 생각 할 수 없어요.'라고.
그는 모든 사람들이 알듯이 한 때 최고봉이었다가 그의 이름을 많은 시람들이 뇌리에서 떠나 보낼 만큼 추락했다.
야구를 통해서 배운다는 말. 살기 위해서 야구를 한다는 말이 감히 그 자신처럼 실감 된다고 말하고 싶다. 나도 어떤 것에서 떠나고 싶지만 살기 위해서 떠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땐 진저리 처지게 지겹고 힘드는데, 그래도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3 2012.4.14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책의 제목이다. 번역가 김석희 선생이 제주 고향으로 귀향에 살면서 가까운 벗들에게 애월통신 형식으로 편지를 썼는가본데 그것이 책으로 나온 것이다. 그러고보면 김석희 선생에게는 많은 신세를 졌다. 신세가 맞나? 그의 번역을 통해 너무도 좋은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내 서가에는 그의 번역서가 꽤 많다. 감성이 떨어지면 익게되는 '에펠탑의 검은 고양이' 나는 그 책에서 에릭 샤티를 만났고 짐노베스라는 음악을 알게 되었다. 에릭샤티는 항시 내 감성을 자극한다. '몽테뉴' '고야' '모비딕'등등 열거하기에는 꽤 많은 책이 있는데, 무엇보다 '로마인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나는 그책을 읽으면서 로마에 대한 환상과 여행을 꿈꾸었는데, 아직 이루지 못했지만 꼭 이루게 될 것이다. 좀 장황한가?
그의 진솔한 편지(책)를 읽으면서, 성실하고 진실한, 재능있고 뜻있는 인간이 보여주고 있는 삶에 절로 그 아름다움으로 행복해져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었다. 진짜 사람을 만날 수 있는것. 진짜 책을 만날 수 있는것. 그의 해박한 지식과 제주의 특별한 풍습의 안내, 문장의 감칠맛은 책을 손에서 떼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나는 이런글을 잘 쓰지 못한다. 겨우 자기 감정표현을 하는데 급급하는 정도이니. 그럼에도 잔잔한 감동, 행복을 나누고 싶어 쓰게 되었다.

요즘 다행히 책읽기에 맛을 들여서 읽고 싶은 것이 생길 때마다 인터넷 서점 카트에 넣어뒀다가 한국에서 누가 오는 길에 가져다 달라고 부탁해요.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카트에 당장 넣었어요. '에펠탑의 검은 고양이'라는 책은 처음 들어보는데 품절이라고 나오네요. -브로카

참 존경스럽습니다. 그 바쁜 와중에도 책읽기에 시간을 할애 하시니. 아마 읽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것이겠지요. 고맙습니다.--Barama

4 2012.4.10 화요일 아가가 태어나다

어제 아침에 손녀가 태어났다. 예정일 보다 일주일 먼저. 너무도 이쁘고 뭉클했다. 내가 처음 아가를 출산했을 때의 감동과는 또다른 감동이 있었다. 내 아가가 커서 아가를 낳는, 대를 잇는 역사적 인간의 순환의 고리, 나로 인해 또하나의 역사가 시작되는, 비로소 세상에 나와 할일을 다 한 것 같은 감사와, 아들의 진정한 의미의 인생살이가 예쁜 아가의 탄생에 의하여 좌우되고 펼쳐질 것이다. 애비를 쏙 닮은 예쁜 아가! 내가 네 할머니다! 내 어머니가 살았던 할머니의 모습, 할머니가 된 것이 벅차고 설렌다. 그 아가가 성장하면서 펼쳐질 무한한 세계에 박수를 보내며 무한한 사랑을 보낸다. 아름답고 구김없이 자라 행복한 사람이 되어라. 할머니는 항시 네편이 되어줄 것이다.

축하드려요, 바라마님. 좋은 소식 전해들으니 흐뭇하고 기분좋네요. 멋진 할머니를 가지게 된 운좋은 아가에게도 축하를 보냅니다. 건강하게 자라나길 기도할께요.-브로카
저도 축하드려요! 아가에게 축복이 함께하길 바랄게요~^^ -흐름
축하드립니다! 건강히 잘 자라게 되길 바랍니다. -- Kaff

너무도 고맙습니다.

5 2012.4.2 월요일 벌써 4월

벌써 4월이라고 말했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4월이 빨리 갔으면 했다. 친구들과 1박2일의 멋진 여행도 있었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3월이 지루했다. 마치 3월이 가고 4월이 오면 행운의 여신이 찾아올 것처럼. 4월은 왔고 4월은 맑은 하늘에 햇살이 가득 퍼지지 않을까! 3월은 내게 공허 했고 나 자신이 없는 듯한 실종을 느끼게 했다. 이제 4월이 왔으니 나 자신으로 돌아와 나 자신으로 살 수 있겠지.

3월의 학교생활도 어수선하고 미숙하고 들뜬 듯 제 자리를 찾지 못했는데, 이제서야 자리를 잡은 듯하고, 4월에는 안정적으로 내 길을 갈 수 있겠지. 요즈음 그림에도 진척이 있어 그런 상태로 계속 유지해 나간다면 필력이 쌓이고 결과가 있을거라 생각된다.

친구가 나한테 감사하면 살아라고 항상 말하곤 하는데,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감사함을 잊는다. 가족 모두가 건강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고, 자녀들 또한 제 길을 충실히 잘 가고 있으니 더 바람이 있을 것인가. 아직 이루어지지 못한 바람이 있다면 그 바람이 삶일 것이고 그 바람은 이루어지는 과정에 있는 것일테니까. 나 또한 목적과 의지를 가지고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은가. 그 과정에는 비바람도 있을 것이고 번개도 치고 좌절도 있을 것이지만, 비틀대다가고 가고 있지 아니한가. 현재의 목적은 단지 목표이고 꿈이 아닐 수 있다. 어쩌면 나는 꿈을 꾸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목적에 대한 부담은 없다. 내 미래를 알 수 없다. 누군들 미래를 알 수 있겠는가. 오늘 잘 사는 것만이 내 관심사다. 하지만 현재가 미래의 모습이라고 하지 않던가.
강진이와 영상 통화를 했는데, 엄마의 얼굴이 왜 그렇게 너부대대 해졌느냐고 했다. 얼굴에 다 쓰여지는 것이구나. 4월에는 몸도 마음도 운동 시켜야겠다.

4월아! 기다렸다!

6 2012.3.15 목요일 안과

겨우네 영화를 너무 봤더니 눈의 피로가 눈을 쉬어주어도 풀리지 않았다. 눈알이 아프고 가렵고. 영화조차 마음껏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쉽기만 했는데, 문득 이것은 아쉬운 것으로 지나갈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는 한달 전만 해도 영화 보는 것을 쉬면 회복이 되었는데, 지금은 안되고 있다는 것. 이제는 그림을 그려도 눈알이 선다. 주위는 볼 것 천지. 안보고 어찌 사는가! 모든 것의 정보는 거의 문자를 통해서 봐야되고, 이 컴 역시 눈의 피로를 불러오고 있는데. 그러다 천만 다행이도 안과 생각을 해 내었으니, 이러다 눈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심각성을 느끼게 되었고, 이것은 소극적으로 대처할 일이 아니라는 깨달음에서 오는 발견 같은 거였는데, 참 답답한 노인네다. 아마 다른일도 그렇게 병을 키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상하다 싶으면 전문가와 상담하고 도움을 받는다면 수월하고 그래야 하는데, 이번 기회는 내 생활태도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었다.
병원에 갔더니 눈의 혹사가 회복되지 않는것은 나이 탓이라고. 눈에 물이 있고 기름이 그 위에 나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안약 두 가지를 처방해서 받아오다. 하루 넣을뿐인데 신기하게 부드러워지고 있음을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도 간단 할 수 있는 것을.

7 2012.3.7 수요일 첫 수업

너무 오랜만에 글을 쓴다. 그동안 너무 좋았었나? 꼭 한달만에 글을 쓰게 되는데, 어쩐 일인지 나는 글 쓰는 것을 피해 왔다. 어쩌면 쓸 이야기들이 많다보니까 그럴 수도 있고, 어쩌다 써야할 시기를 놓치자 그것을 설명하게 되는게 번거롭게 느껴서 일 수 있지만 아무튼 지금이라도 쓰게 되어서 좋다.
이번 겨울을 잘 보냈다. 그림은 별로 못 그렸지만 동생들과 제주여행은 너무도 좋았었다. 눈보라로 차가 아니면 다닐 수는 없었지만 우리는 해안도로를 일주하면서 얼마나 멋진 파도를 볼 수 있었던지, 정말 장관이었다. 그 장면은 지금도 생생할만큼 황홀하다. 또한 우리는 돌아오는 날은 폭설로 우도를 가다 접었지만 제주들판의 확 트인 벌판에서의 아름다운 눈풍경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그날 꼭 돌아오지 않아도 되었다면, 한치앞이 분간되지 않을만큼 차창으로 덤벼드는 눈보라가 있었지만 기꺼히 갔으리라. 너무도 특별하고 멋졌으니까.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하고 만족해 했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었던 겨울은 여행으로 마음조차 활짝 열수 있었다.

드디어 학년이 시작 되었다. 잠깐 고민은 했었다. 학교를 그만 접는 것에 대해서. 그러나 올 일년은 다녀야 하는게 정석이다. 이제 밥에 불을 지폈는데, 죽이되든 밥이되든 끓여야 하지 않는가. 아무튼 충실히 학교생활을 할 생각이다. 이제는 학교생활에 자유로워졌다. 작년처럼 기대의 어긋남에 당황할 필요도 없고, 원론적인 기대도 없고, 아무튼 불필요한 소모는 경계하고,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생활을 하리라. 지나고보니 작년에 참 힘들게 일년을 보냈는데, 그렇지만 잘 보낸 것 같다. 내게 칭찬을 해주고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나는 올 11월에 전시를 잡아 놓았다. 전시할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나는 그림에 있어서 스킬을 익히는 해로 정했는데, 그 스킬에 내 영혼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튼 올해는 공부하는 자세로 내가 익혀야 할 소재와 기법이 우선이 될 것이며, 나름의 정점을 찍을 수 있는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 일학년과 이론수업 및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돌아오는 길에 어쩐지 내 몸에 에너지가 흐르고 있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아, 비로소 학교생활이 시작되고 있구나!

8 2012.2.6 월요일 모비딕

어제 오전으로 '모비딕'을 다 읽다. 40년 전에 읽으려다 못읽었고, 지난해도 읽으려다 못읽었다. 지난해는 시간에 쫒겼고, 40년전에는 천계천 책방, 을류문화사의 '백경'을 발견하고 앉은 자리에서 한시간여 읽다가 주머니 돈을 다털어 사왔는데, 너무 좋은 나머지 월남에 있는 오빠에게 먼저 읽게 해야겠다고 부쳤기 때문이었다. 늘 아쉬움으로 남았었다. 헌데 정작 오빠는 그 책을 안읽었음은 물론이고 그 책의 행방은 오빠의 귀국에도 되돌아 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현실을 모르는 감상적인 소녀였던가. 나의 독서력은 오빠의 서가에 꽂쳐있는 책들 때문이었는데, 나는 오빠의 서가의 책들 때문에 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었다. 롤랑의 '장크리스토프', 제목이 맞나? 찰스 디킨즈의 '커퍼필드', 이것도 제목이 맞나? 헤세의 거의 전작 등등. 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오빠는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런 책들을 다 읽지 못했을 것 같다. 청년 시절에 작가가 되겠다고 원고 뭉치를 싸들고 다녔지만 집념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작가가 되기에는 가벼운 기질이었던 것 같다. 또한 월남이라는 곳이 전쟁터였고, 오빠는 지금 말하면 보안부대 소속이라 직접 전쟁을 하진 않았지만 아무튼 무리한 조건이었으리라.
모비딕에 얽힌 실화가 가난한 시절의 소녀도 떠올리고, 그때는 얼마나 가난했던가! 천계천 헌 책방은 얼마나 위로였던가! 그러나 마음은 지금보다 넉넉했으니. 온갖 멋을 부렸던 시절의 오빠도 떠올리게 한다.

오늘 두 동생과 올케와 제주도 2박3일 여행을 떠난다. 남편이 함께 했으면 좋았으련만.

9 2012.1.28 토요일 게으름

명절, 남편생일, 제사 연장으로 지나가고 네째날은 종일 영화보고, 어제인 다음날은 오후 1시 넘어까지 주방일 뒷정리와 청소를 했다.
그렇지않아도 운동조차 않는데 먹고 TV앞에 앉아 영화만 보고 있으니 얼굴이 보름달처럼 부풀어 있다. 체중을 다니 이틀 사이에 1키로그램이 늘었다. 먹는것을 줄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나는 당분간 단것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한다. 요즈음 먹는 즐거움과 영화보는 즐거움에 푹 빠진 것이다. 그러나 운동을 해야하는데, 아직 발목도 시원치않다는 핑계를 대고 오후 운동하기로 했던 계획을 무시하고 나는 또 영화 속으로 들어간다.
요즈음 무슨 영화를 봤더라?
'황후화'가 인상에 남고, '돌아오지 않는 강' 어찌 갑자기 생각이 안난다.
영화를 보면서 주옥같은 명화를 봤다고 생각했는데도. 나는 그들의 인생에 푹 빠졌다.
그런데 자다 두시쯤 깨었는데, 내 게으름이 새삼 염려 되었다. 그림을 못 그린 것에 대해서. 내가 년초에 스케치 한 컷을 그리겠다고 작심했는데, 작심 삼일로 끝나버렸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의지로 꼭 해내야 할 일이었는데. 내 손이 얼마나 굳어버렸는지 나 자신은 잘알고 있으면서도 편안하게 방기한다. 그렇지않아도 필력이 없는 사람이 손을 무지렁이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컴앞으로 끌고 왔다. 그러나 스트레스는 받고 싶지 않다. 그래서 오늘부터 다시 작심하기로 한다. 그렇게 작심하고 그렇게 방기하고. 단지 작심하는 것을 포기만 하지 말도록.
무언가를 꾸준히 끌고가는 것에 대해서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때 결론이라고 말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신을 과도(?)하게 몰고가지 않기로 했다. 내가 버거워한다면 그것은 과도 한 것이니까. 무엇을 위해서든지 스트레스는 가급적 받지 않기로 했다. 무언가를 얻고 이루기 위해서는 욕심과 집착이 필요한데, 그것을 않기로 했다. 아마 나는 욕심과 집착을 따라갈 만큼의 실행력이 없다는 것을 알았던 듯 하다. 마음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아마 나는 그것이 자연의 흐름을 따라 사는 삶이라고 생각했던 듯 하다. 평범한 여인네의 삶.
매일 영화보는 것도 지겹다면 떠날 것이고, 헌데 나는 영화중독인 것 같다.
아무튼 오늘부터는 그림을 좀 그려야지.

10 2012.1.21 토요일 식탐

내일이면 섯달 그믐이고 모두 온다. 아침에 고기는 재웠고 준비는 얼추 끝난 것 같다. 30여년을 반복해 온 것이지만, 금년 설은 자리가 크게 빈다. 아마 그 자리는 언제까지 메워지지 않을 것이다. 시아버님의 자리다. 설날이면 검은 쥐색 두루마기를 정갈하게 입으시고 가래떡과 인절미, 고모네들이 보내는 과일상자 등을 잔뜩가지고 위엄있게 오셨다. 위엄있게라는 표현은 그분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손주들은 항상 할아버지를 뵐때마다 큰절을 올리는데, 항상 절받기를 좋아하셨다. 그분의 등장으로 방안은 꽉차고, 비로소 제대로 돌아갔다. 며느리들은 며느리 답게 움직였고, 재미없는 아들들도 말없는대로 조화로울 수 있었고 손주들도 그 나름으로 평안했다. 그런데, 그 어른이 이제 못 오시는구나.

요즈음 날씨가 겨울치고는 따뜻한데 일주일 째 운동을 못하고 있다. 지난주 일요일에 탁구치다가 옆사람과 아주 야무지게 부딪쳐 아직도 발이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떨어진 공을 주울려다 갑자기 나타난 옆사람과 부딪친 거였다. 그도 공을 주울려고 하였던 것인데 완전히 나가 떨어졌다. 나딩군거였는데, 그날 밤에는 발을 딛을 수 없었지만 파스를 부치니 다음날은 그래도 발에 힘이 생겨 곧 좋아질 줄 알았는데, 여직까지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 남편은 침이라도 맞고 오라는데, 그러나 좋아지고는 있지 않는가. 아무튼 운동을 못해서 아쉽다.

내가 요즈음 식탐이 꽤 많은데, 그 이유를 몰랐었다. 특히 쵸콜릿 등 단 것을 좋아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먹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득 그것이 노화현상이라는 것을 알았다. 노인네가 되어가는 것이었다. 더이상 자기안에서 젊음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 젊음은 나이와 상관없는 것이다. 그런데 문득 내안에서 '여전히 너는 젊어!'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너는 계속 젊을거야. 현재라는 것은 항시 젊은거야. 너는 그동안 현재를 잊고 있었군'라고.
그러고보면 작년의 나는 젊지 못했다. 나는 왜인지 젊음을 잃었다. 목적이나 목표는 있었는지 모르지만 항시 늙었고, 자신 없었고 행복하지 못했다.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던 세월. 무얼까! 왜 그랬을까! 왜 자기로 살지 못했을까!
어느날 나는 신기하게도 나로 돌아와 있었다. 목표도 목적도 그런거와 상관 없이 놀 수 있는 나로 돌아와 있었다.

설날을 맞으며 나는 비로소 작년의 무거움을 내려 놓는다.

11 2012.1.12 목요일 새벽. 설빔

새벽 두시가 지나고 있는데 잠이 들지 못하고 있다. 요즈음 비교적 잘자는 편이었는데 잠들지 못하는 것이 무언가 정리하라는 건가. 그닥 마음에 쓰이는 일도 없는 것 같은데, 책을 읽다가 그래도 잠이 안와 아예 몇자 정리한기로 하다.

어제는 여동생 둘과 올케와 파주에 있는 프로방스에 갔다. 동생이 몸에 이상이 보여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잡은 약속이다. 신년도 되어 얼굴 한번 보는 것도 좋겠고, 자칫 우울할 수 있는 동생을 기분전환 시켜 주기 위해서였다. 우리넷은 동생집에서 만나 파주로 갔다. 차를 주차장에 대는데 마침 한우 500그램에 36000원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우리는 등심 두접시를 골라 윗 식당으로 갔다. 거기서는 마치 횟집처럼 일인당 얼마와 필요한 것들은 또 사야된다. 허나 식당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숯불에 구운 고기가 연하고 맛있어서 우리넷은 무두 만족하다.
지금은 프로방스가 쇼핑몰처럼 다양한 가게가 많이 들어와 있어 우리는 사든안사든 구경하기로 하다. 나는 티셔츠 하나와 치마를 하나 사다. 치마는 겨울에 입을 수 있는 주름치마다. 듬성듬성 맞주름이 잡혀있고 부드럽고 편안하고 멋스럽다. 치마를 잘 안입는데, 입어보고 싶었다. 치마를 사서 기분이 좋다.
올케가 점심을 부득히 산 까닭으로 나는 동생에게 옷을 하나 사주다. 모자가 달린 후드인데, 민소매 셔츠와 한벌을 이루고 원단이 부드럽고 스포티한 옷인데 조금은 드레시한 느낌을 주는데 살이 없는 동생에게 잘 어울렸다.
쇼핑의 하이라이트는 며느리의 배안에 있는 손녀의 설빔이다. 사 월에는 만날 수 있게 되는데, '오가닉'이라는 유기농 농법으로 목화를 재배해 염색하지 않고 아가들의 옷을 만들고 있었다. 아가의 옷을 보자 태어날 손녀의 생각이 났다, 샀다. 설날을 맞아 아직 엄마의 배안에 있지만 선물하는 것도 특별할 것 같았다. 사고나니 살려고 마음 먹은 때보다 더 기쁘고 흐뭇하다. 내게도 손녀가 생기는구나! 라는 구체적 실감.
"아가야 너를 환영한다. 예쁜 네 모습이 보고싶구나!"
"내가 할머니다."

밤중에 무언가를 하게 되면 균형감각이 없는 것 같다. 눈을 뜨자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중압감을 느끼는데, 물론 삶이란 게 간단치만 않지만 중요한 핵은 피하고 있었다. 우리 나이에 많은 문제들이 고비고비에 도사리고 있고, 그럼에 순간순간이 중요한 것 같다. 소중한 만남이 있는 것으로 고마워 하자. 형제는 세월이 갈수록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 같다. 부모님이 안계시니 고아이고, 세상에 오직 피붙이 아닌가!

시댁쪽도 시아버님 생전에 반석같았던 덕목들이 흔들리고 있음을 본다. 과정으로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12 2012.1.6일 금요일 종강식

어제 종강식이 있었다. 종강식이라는 말이 어색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마무리는 해야했나, 아니면 신년의 계획. 신년들어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하고 싶어 인사동으로 가다. 며칠전 졸업생 전시회가 있어 얼굴들을 봤지만 그래도 두말없이 출석. 가능하다면 까다로워지지 말기로 함. 사소한 일상은 군더더기 부치지 않기로 함.
금년부터 서양화 정기 모임과 정기전을 열자는 안건이 나왔고, 모두들 긍정적. 그러나 정작, 물론 나도 좋게는 생각하지만 전시할 작품이 과연 있을까 걱정 되었다. 지난해 석고 데생과 고흐 모사와 자화상 4점을 그린 것이 전부인데, 나는 정작 자신이 없는거였다. 마치 그림에 대해서 카오스 상태처럼 뭐가 뭔지 모르게 되었고, 과연 예전에 내가 그림을 그렸었나 의심스럽고, 내 그림이라는게 고흐의 그림에 압도되어 쓰레기 같이만 여겨지는데. 내가 금년을 충실히 잘 보낸다면, 잘보내는 것이 그림에 있어서 완전 깨지는 건데, 과연 완전 깨지게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포기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고 맞설 수 있을지 자신이 없는데, 작품이랍시고 내놓아 전시를 한다니, 그들의 야무지고 알찬 기대에 썰렁하고 어리버리 하는데, 하지만 무언가 가고 있는 힘을 느끼다. 모르겠다 아무튼 내 사적인 것들일랑 접고보자. 당장 현재 내가 무언가 하는게 필요하고, 느긋하게 여유를 갖는게 중요하다.
어제 선배가 찾아와 2차를 샀는데 '아리랑' 이라는 국악 라이브 술집이었고, 창과 거문고와 장고 소리를 들었고 술은 양주를 마시다. 직행을 타고 집에 오니 새벽 2시가 넘었고, 속이 영 불편해서 오늘 내내 거북하게 보냈고, 꼭 석잔을 마셨는데, 오랜만인데.... 학교들어 와서 처음으로 마음이 열렸던 것 같다.
내일부터는 생활에 규모를 가져보자. 설 준비도 틈틈이 해야될 것 같다.

13 2012.1.3일 화요일. 눈이 오다

점심 식사후 은행일을 보고 공원으로 운동하러 갔다. 바람도 없고 그리 춥지 않아 운동하기에 아주 적당. 그런데 거의 운동을 마무리 하고 집에 가려던 참이었는데 간간히 흩날리던 눈이 펑펑 쏟아졌다. 너무도 기분이 좋음. 마치 금년 농사에 풍년을 예견하는 듯. 그렇지않아도 지난 해 년말 나는 한 해를 보내면서 에너지 고갈로 지쳐 있었다. 지난해 나는 많은 에너지 소모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무런 생각도 의욕도 일어나지 않았다. 손하나 까닥하기 싫을 만큼 나는 지쳐 있었다.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기대도 소망도 없었다. 보내는 한 해에 대해서 어떤 정리도 할 마음이 일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쩐일인지, 나는 오늘 눈을 보고 내게 에너지가 모락모락 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로기 상태에서 기사회생 하는 느낌. 여유롭고 즐거움이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어제 강진이가 애리조나로 갔다. 20일이 채 못 되었지만 이번에는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다. 강진이는 오는날 부터 아빠회사에서 일하는 날이 전에는 많았었는데, 이번에는 하루만 아빠일을 도왔다. 사실 자녀들은 가족이면서도 함께 머무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미 대학을 들어가면서 부터 자녀들은 부재중이 되는 것 같다. 무엇인가를 공유하기에는 그애들은 바쁘고 다른세상에 살기 때문이다. 아무튼 부모인 우리네는 그애들이 충족되고 충만된 삶을 살기를 바랄뿐이다.
강진이가 떠난 지금 그애의 인간적인 향기가 남는다. 자식으로서의 향기가 남는다.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그애 에게서 나름의 삶을 인생을 본다. 건실하고 미래을 믿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낀다.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희망을 본다.

캐나다에서 살 때는 눈 오면 올해 농사 잘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서울생활 하다 보니 잊어버렸네요. 순간 시골생활 하던 때 생각나서 메시지 남겨봅니다. :) -- Kaff
전에 기록을 찾아 주셨네요. 고맙습니다.--Bar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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