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로된히브리어교재
제목나열 | 도움말 | 찾기 | 대문 | 바뀐글 UserPreferences E D R S I H C RSS
[ISBN-9788993899078] [ISBN-9788989249740] [ISBN-9788993239027]

김창대, 『25일 완성 히브리어 산책』
권성달, 『성경 히브리어 울판』
황성일, 『성경 히브리어 문법』

처음에 공부를 시작할 때는 한국에서 나온 히브리어 교재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한국이 서양고전어 쪽에서는 워낙 전멸이다 보니 별로 기대도 안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실수였다. 기독교가 있고 신학교가 활발한 나라다 보니 성서와 관련된 부분, 즉 히브리어와 헬라어에서만은 괜찮은 책들이 제법 있는 것이다. (물론 현대 히브리어나 신약성서 외의 고전 헬라는 전멸이다.) 볼려면 차라리 원서로 볼 역서를 제외하고, 한국어 원어민이 기술한 세 권을 뽑아 보았다. 각각 "산책", "울판", "문법"으로 줄여서 부르겠다. 세 권 모두 모든 걸 다 하려고 시도하기보다 각각 자기 목표와 컨셉에 충실하게 기술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짜집기형 교재들보다는 낫다는 점에서 집어들게 되었다.

김창대의 "산책"은 2008년 5월에 출시되었다가 2010년 3월에 "정복"으로 제목을 바꾼 개정판이 나왔다. 2010년 초에 "산책"을 무심코 구입한 나로서는 엿먹은 기분이었으나 그건 내가 운이 없었던 거고, 어쨌건 그렇게 쳐박아놓고 있던 책을 읽었다. 개정판은 연습문제와 예문이 좀 더 보강되어 있다고는 하나 내가 보기엔 그리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일단 판형부터 놓고 보면, 쓸데없이 크다. 두껍지는 않지만 거의 A4급이라 아무데서나 꺼내기는 쉽지가 않다. 게다가 제본도 싸구려 풀제본이라 쫙 펼쳐지지도 않고, 종이는 뻣뻣하고 두껍다. 표지까지 뻣뻣하다 보니 한쪽 면을 확 뒤로 넘기면서 보기도 나쁘다. 내용면에서도 25과로 구성된 본문에 연습문제가 맨 뒤에 단어장과 함께 몰려 있는데 아무래도 연습문제가 꽤 빈약한 편이다. (개정판은 조금 나을 것이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초반에 가장 많이 사용한 교재가 사실 이 책인 이유는 히브리어의 복잡한 (그리고 짜증나는, 그러나 상당히 규칙적인) 모음의 변화를 최대한 (원시적이나마) 언어학적 원리를 동원해서 그 "이유"를 설명하고자 하고 있기 때문인데, 역으로 말하자면 이 책에서 가르치는 히브리어는 실제 언어보다는 추상적인 규칙들의 나열에 가깝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예문과 실제 텍스트에 기반한 책들과 함께 보조적으로 쓰면 도움이 될 책이다. 처음 히브리어를 공부하면서 부딪히는 가장 큰 난관인 악센트에 따른 모음의 변화나 중복자음, 이중모음의 장모음화 등에 대한 설명이 깔끔하고, 중반부 이후에 문제가 되는 약동사 변화도 최소한의 규칙으로 정리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눈에 띈다. 다만 너무 최소한으로 정리하려 하기 때문에 오히려 설명이 너무 간단한 경우도 많은데 다행히도 출판사가 너어얿은 줄간격과 여백을 제공하고 있으니 메모지로 쓰자. 내 책은 형광펜과 밑줄, 그리고 거의 매 페이지마다 끄적여져 있는 메모로 난도질되어 있어 아마 되팔지도 못할 것이다. 아쉬운 점은 음변과 약동사에 너무 힘을 쏟은건지 히브리어의 어근변화(binyanim)에 대한 부분이 다른 부분보다 약하고, 구문론에 대한 부분이 좀 허술하다는 인상을 준다.

황성일의 "문법"도 기본 컨셉 자체는 "산책"과 비슷하지만 내게는 좀 더 마음에 든다.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일단 판형이 작고, 표지가 두껍지 않아 뒤로 확 넘겨버리기도 편하며, 종이가 얇고 부드럽고, 여백도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교재는 한번 슥 읽고 치우는 책이 아니다 보니 이런 사소해 보일 수 있는 게 절대 사소하지 않다) "문법"은 책 뒤표지에 히브리어의 "모음"을 최대한 설명하는 게 책의 목표라고 제시하고 있고, 여러가지로 그 목표를 잘 달성하고 있는 편이다. "산책"이 나름대로 그 변화의 원리를 설명하려고 시도하는 책이라면 "문법"은 모음이 미친듯이 변한다는 현상을 그대로 최대한 자세히 기술하는 데 초점을 맞춘 책이라 어느 정도 감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읽게 되면 "산책"같은 책에서 놓치고 넘어가는 조각들이 맞춰져 가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이걸 만약 초입서로 쓴다면... 삼가 뉴런의 명복을 빈다. 매 과마다 쏟아져 나오는 규칙들을 보면서 외운다는 건 너무 학생에게 잔인한 일이 될 것이고, 그게 왜 그렇게 변해야 하는가를 가장 기본적인 원리들을 배운 다음에 그걸 적용해 이해해 가며 보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 책도 메모와 형광펜으로 난도질 당하고 있다) 또 초반에 모음변화의 예로 주어지는 사례들이 실제로 책 후반부로 들어가야 나오는 문법변화들이 많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히브리어 문법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는 알고 보지 않으면 감을 잡기도 힘들 것 같다. 예제나 연습문제는 부족하지 않은 편이고, 책 후반부에 답안지가 있으니 교차 체크해 가면서 보기도 좋다.

권성달의 "울판"은 히브리어 교재 치고는 꽤 엽기적인 편이다. 약간의 회화가 딸려 있기는 하나 짧기 때문에 학습효과 자체는 미미할 걸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보다 어떤 의미에서 "히브리어"라는 언어의 체계를 이해하는 데에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모음의 변화를 "외우지 않아도 좋다"고 넘겨버리는 깡다구가 눈에 띈다. 즉 텍스트 이해에 있어 최소한으로 인식해야 할 부분들이 아니라면 넘겨버리는 것이다. 그 모음 변화를 인식하지 않으면 다른 뜻으로 오해할 여지가 없는 한 굳이 설명할 것 없이 패스, 그거 왜 그렇게 변하는지 몰라도 해석은 할 수 있어, 라니. 그런 만큼 책의 페이스는 꽤 빠르게 나가는 편인데, 어떤 의미에서는 당장 해석에 필요한 부분만 짚어주는 요점정리로 쓸 수도 있겠다만 이미 다른 책으로 배운 상태가 아니라 이걸로 처음 시작해 버린다면 안 좋은 습관이 들 것 같다는 우려가 든다. (내가 처음에 이러다가 망했으니까. 현대 이스라엘 히브리어 원어민들은 모음 변화 굳이 신경쓸 거 없다고 조언해 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지들이 원어민이니까 가능한 이야기고, 모음을 무시하고 배우려면 애초에 성서가 아니라 현대 히브리어로 시작해야 가능한 이야기다.) 다만 유용한 부분은 약동사를 다루는 부분인데, 대개의 책들이 약동사를 유형별로 하나하나 따로 다루는 데 비해 "울판"은 약동사를 다룰 때 규칙동사와 함께 비교하는 비교표를 섹션마다 삽입하고 있어서 어디가 규칙적이고 어디가 불규칙적인지를 짚어내기 쉽게 만든 점이 유용하다. 책 뒤에는 꽤 여러 페이지에 달하는 원문독해 연습이 달려 있고, 히브리어 찬양(-_-)이 악보와 함께 실려 있는데 미안하지만 찬양에는 관심이 없으니 넘어가겠다. (나 종교 없다) 동사 부분에서 약동사 비교표가 없었다면 아마 효용가치가 없었을 것이다. -- Kaff

CategoryBook > KaffsReferenceLibrary
EditText | FindPage | RenamePage | DeletePage | LikePages | UploadFile Valid XHTML 1.0! Valid CSS! powered by MoniWi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