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신앙인인 적이 없었다. 모태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굳이 선택을 하지 않아도 그 종교를 믿는 것처럼, 무종교가 내 모태신앙이나 마찬가지다. 난 종교나 경전들에 대해 관심은 많았지만 굳이 종교를 갖겠다고 선택한 적이 없고,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남의 종교" 경전을 읽는 데에도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정말 그냥 이교도pagan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하는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그런 무지몽매한 이교도가 감히 남의 경전에 대해 떠들어 대는 데 대한 일종의 변명이다.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이 성경, 특히 신약성서를 파고든다는 건 사실 정치적으로(-_-) 어색해 보일 수도 있는 짓거리다. 주머니에서 포켓 신약성서를 꺼내면 주변 사람들은 100% 기독교인으로 볼 테고,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 신앙을 과시하는 광신도로 보일 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대학시절에 친구들과 고전 스터디를 할 때 "요한복음"을 읽어볼 것을 제안한 적도 있지만 거부되었다. 참가자 중 한 사람이 무슬림이었으니까. 만약 그녀가 꾸란의 어딘가를 읽어보자고 했으면 별 문제 없었을 것이고, 웃기는 건 우리가 "유교"의 경전인 "논어"는 읽었다는 점이다. 따져보면 요한이나 신약성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이건 현대 정치적인 문제였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또 물을 지도 모른다. 아니 믿지도 않을 거면서 왜 읽냐고, 혹은 그렇게 읽는데 어떻게 안 믿을 수가 있냐고. 글쎄...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면서 그 신들을 믿어야 읽을 수 있을까?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는 신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헤시오도스의 "신통기"는 신들의 계보를 읊는 책이다. 한국에도 호메로스 번역되어 있고 서양에서도 고전학자들이 2천년 넘게 이 책들을 읽고 있지만 호메로스를 읽다가 감동받아 개종하고 제우스의 신전에다 제물을 바쳤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왜? 그건 그냥 책이니까. 이야기니까.
플라톤이나
?ImmanuelKant 읽으면서 그와 100% 동의해야 하는가? 꼭 그렇진 않다. 내게 성경은 그와 마찬가지다. 나의 생명이자 지혜이자 구원인 경전을 그냥 책으로 취급하는 게 기분나빠할 독자는 이 글들을 읽지 않는 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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