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기를거부하는교재
제목나열 | 도움말 | 찾기 | 대문 | 바뀐글 UserPreferences E D R S I H C RSS
영어교육문제

어떤 외국어를 공부하겠다고 결심한다. 그래서 서점에 가서 적절한 교재를 찾아본다. 처음 공부하는 사람에게 적절하면서도 내용이 충실한 것을 찾아보려고 한다. 어떤 교재가 충실한 교재일까?

일단 해당 언어의 문법적 구조를 완전히 커버하지 않는 교재는 충실한 교재라고 할 수 없다. 문법은 최소한 다 가르쳐야 하고, 문법에는 초급문법과 고급문법의 구분이 없다. 문법을 이해하지 못하면 애초에 그 언어를 사용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어휘의 양도 충분해야 하고, 가급적이면 음성이 포함되어 있어야 발음을 따라할 수 있다. 즉 가장 이상적인 입문서는 그 교재 한 권으로 기초실력을 얻고 "어휘력"만 빼면 최소한 그 언어로 "기능"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책이다.

위와 같은 교재가 한국에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 그러나 아니다. 둘 다이다.

"그렇다"의 경우를 보면 서점의 "기타 외국어" 코너에 주로 발견된다. 이러한 언어 교재들은 단 한 권에 최대한 많은 내용을 담고자 노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그럴까? 그러한 언어들에 대한 수요가 적기 때문에 많은 책이 나올 수 없으나, 일단 책을 낸다면 그 언어를 필요로 하는 적은 수의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줘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아마 저자 자신이 남들이 잘 하지 않는, "마이너" 한 언어를 공부했기 때문에 자기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가급적이면 모든 것을 주려고 노력하는 점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의 경우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코너에서 발견된다. 영어교재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어, 일본어 교재도 굉장히 많은데도 불구하고 Kaff는 대형서점을 돌아다니며 단 한 권의 쓸만한 "교재"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러한 "메이저" 언어 특징들을 보자.

일단 아무리 낮게 잡아도 이 언어 교재들의 80%정도는 어떤 시험 대비를 위한 것이다. 시험 대비 교재는 시험 성적은 올려줄 수야 있겠지만, 문제 풀이 스킬을 올린다고 해서 그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주는 건 아니다.

그러면 순수하게 언어능력을 배양시켜 주는 책들은 어떨까? (글쎄, 그런 게 있긴 한 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주장하는 책들을 보자.) 일단 스피킹/리딩/리스닝/라이팅이 전부 분권되어 있다는 괴의한 현상이 눈에 띈다. 이게 다 분리해서 공부해야 하는 것들이었나? 게다가 레벨별로 입문, 초급, 중급, 고급 식으로 권수를 최대한 늘리려고 노력한 모습들이 보인다. 그러면서 동시에 권당 정보량이 적어진다. 글자는 커지고, 여백은 넓어지고, 그림은 많아지낟. 그리고 끝에 연습문제랍시고 시험문제 같은 것들이 붙어 있는 것들도 있다.

이러한 교재들은 그리고 대체로 학원교재로 사용된다. (제길...) 그리고 학원의 목표는 여러분이 그 언어를 잘 하게 되어 독립적으로 학습할 수준에 이르지 못하게 붙잡아두면서 교재 레벨 올리고 반 이름을 갈아치우며 발전하고 있다는 "환상"을 떠먹여 계속 수강료를 납부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언어" 자체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끝내 "시험대비"를 시킴으로서 결국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수렁에 빠트린다. 그러니 10년이 지나도 계속 학원이나 새로운 교재를 찾게 되고, 교재를 만들어 팔아먹고, 학원을 운영해 수강료 받아먹는 자들은 계속해서 장사가 된다.

이 기형적인 학습구조가 존재하게 된 데에는 학교 교사들, 학원 강사들, 그리고 교재 제작자들에게 1차적인 책임을 돌리고 싶다. 하지만 2차적인 책임을 지는 건 학생들 자신들이다. 학생은 피해자가 아니라 여기에서는 (아쉽지만) 공범이다.

영, 일, 중 3개 언어의 학습자들 대부분은 사실 그 언어를 별로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 단지 시험점수 좀 내거나 해서 좋은 대학에 가거나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정도의 도구로만 생각하지, 그 언어를 학습해 나의 삶의 일부로 끌어들이겠다는 생각이 없이 마음의 벽을 이미 쌓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니 그들은 가능하면 최소한의 노력을 들이고자 하고 있으며, 그 마음을 대변하는 "시험에 나오는 것만 공부한다"는 쓰레기같은 말을 책 브랜드로 쓰는 미친 출판사도 있지 않는가.

그렇게 학생과 교사가 합작해 만들어 낸 이 시스템 하에서 성장하는 다음 세대들은 가면 갈수록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그 외에 다른 공부의 방법을 애초에 떠올릴 수도 없게 된다. 그러니 직장인이 영어공부 하겠다고 하면서 토익, 토플따위 학원에 등록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고. (그 성적을 제출하라고 요구받는다고? 행정적인 필요도 있겠지만, 성적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당신 실력이 못미덥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공부하라는 거냐? 라고 나에게 되묻고 싶은 분들도 있을 지 모르겠다. 문법적인 기본지식이 갖춰져 있고, 최소한의 어휘력을 이미 확보했다면, 이제 필요한 건 학원이나 문제풀이 교재가 아니라 원어민이 원어민을 위해 쓰거나 말하거나 해서 만들어진 모든 것이 당신의 교재가 되어야 한다. 너무 어렵다고? (초등학생 책부터 보면 자존심 상하는가?)

그 외국어에 노출된 시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인간의 뇌는 거기에 적응하게 되어 있다. 한 바닥을 다 읽었는데 한 마디도 모르겠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다시 보면 한 마디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거기가 시작점이다. 10분간 들었는데 한 마디도 못 알아듣겠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다시 들어보면 한 두마디 정도 알아듣는 게 나올 수도 있다. 학습자는 "원어민이 원어민을 위해 만든" 매체에 "적응"해야 한다.

그걸 언제 하냐고? 토익, 텝스, 토플 공부하는 것 보다는 금방 한다. -- Kaff

교실밖으로 Old:언어는살아숨쉬는고래다 Old:영문법고문

CategoryEnglish
EditText | FindPage | RenamePage | DeletePage | LikePages | UploadFile Valid XHTML 1.0! Valid CSS! powered by MoniWiki